- PMS 정착에는 최소 1~2년이 걸린다. 불만이 터지는 초기를 임원이 버텨 주지 않으면 그대로 무너진다.
- 엑셀은 개인의 데이터다. 연구원이 퇴사하면 PC는 포맷되고 회사의 연구 실적도 함께 사라진다.
- 연구원은 날짜와 진행률만 입력하게 설계해야 Raw 데이터가 쌓이고, 비용·리스크와 결합돼 회사의 자산이 된다.
PMS를 구축하는 데 수억 원을 투자했는데, 현업은 6개월 만에 다시 엑셀로 돌아갑니다. 27년 동안 R&D 현장에서 PMS를 구축하며 이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원인은 대개 시스템의 기능이 아니었습니다. 연구원에게 무엇을, 얼마나 입력하게 했는가 — 입력 설계였습니다.
이런 패턴, 본 적 있지 않으세요?
제가 다녀 본 기업 중에는 이런 곳이 꽤 있습니다. PMS 구축에 몇 억을 쓰고, 전사적으로 하겠다며 사용자 교육을 돌리고 매뉴얼도 두껍게 만듭니다. 운영을 시작하면 처음 한두 달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곧 불만이 터집니다. "원래 하던 일에 이것까지 들어와서 더 힘들다." 관리자들도 망설이다가 결국 "그럼 그냥 하던 대로 해라"가 됩니다. 그렇게 6개월 뒤, 다시 엑셀입니다.
PMS는 초기 정착에만 최소 1~2년이 걸립니다. 그리고 PMS를 좋아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임원과 관리자가 그 기간을 밀어붙여야 하는데, 불만이 가장 큰 초기에 손을 놓아 버리는 것입니다. 그럼 현업은 왜 그렇게까지 PMS를 불편해할까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이유 1 — 입력만 많고, 얻는 건 없다
PMS 에는 처음에 넣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특히 PM은 과제 이름, 일정, 진척률, 담당자, 예산, 리스크와 이슈까지 입력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렇게 입력해 놓고도 보고는 하던 대로 엑셀로 다시 해야 하고, 회의 자료는 또 PPT로 만들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엑셀과 PPT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PMS 입력이 하나 더 늘었을 뿐입니다. 현업 입장에서는 일이 세 겹이 된 것입니다.
이유 2 — 연구원은 프로젝트 관리자가 아니다
연구원이 PMS에 바라는 것은 단순합니다. "이게 들어오면 나한테 뭐가 편해지나? 입력을 덜 해도 되나? 나는 실험에 집중하고 결과만 분석하면 되나?"
하지만 PMS가 요구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WBS를 만들고 최소한 일주일 단위로 갱신해야 합니다. 진척률을 보고하고, 이슈가 생기면 등록해서 조치자를 정하고, ERP와 연계해 예산을 잡고 실적도 조회해야 합니다. 초기의 연구원에게 PMS는 "일이 훨씬 번거로워지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 3 — 솔직히, 엑셀이 더 빠르다
엑셀은 개인용 도구입니다. 관리자에게 승인받을 것도 없고, 마음대로 고쳐 쓰면 됩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엑셀을 못 쓰는 사람도 없습니다.
PMS는 다릅니다. 로그인해서 메뉴를 찾아 들어가 저장해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고, 승인도 받아야 합니다. 이 작은 차이가 매일 쌓이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익숙한 도구로 돌아갑니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입력 설계'였습니다
세 가지 이유는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입력 부담이 크니까 안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PMS를 안 쓰면 데이터가 쌓이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없는 대시보드는 껍데기만 남고, 사람들은 다시 엑셀로 갑니다. 악순환입니다.
엑셀에 남은 것은 결국 개인의 데이터라는 점도 잊으면 안 됩니다. 그 연구원이 퇴사하면 누가 그 파일들을 다시 모을까요.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PC는 포맷되고, 회사가 쌓아 온 연구 실적 데이터는 그대로 사라집니다.
그래서 입력은 최대한 간단해야 합니다. 연구원은 날짜와 진행률만 입력하면 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PMS 쓰는 일이 자기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Raw 데이터가 쌓입니다. 그 데이터가 공수(FTE)·비용·리스크와 결합될 때 비로소 회사의 연구 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PMS는 실시간으로 집계되니, 경영진은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의 지표를 봅니다.
결론 — PMS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 편하자고 PMS를 쓰는 게 아닙니다. 엑셀보다 편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원 월급을 주고 끝나면, 회사에 남는 건 파편화된 엑셀 파일뿐입니다.
- PMS는 Mandatory입니다. 최소 1~2년은 임원이 강제해야 돌아갑니다. "좋아서 쓰게 하자"는 순간 다시 엑셀로 갑니다.
- 그래도 최대한 직관적이어야 합니다. 쓰기 싫어도 쓸 수 있을 만큼은 쉬워야 합니다.
제가 Project Plan을 설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것도 세 번째입니다. 연구원은 자기 작업의 날짜와 진척률만 넣고, 보고와 집계는 시스템이 하도록 만드는 것. 실제 화면이 궁금하시면 온라인 소개서에서 넘겨 보실 수 있습니다.